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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백덕산(白德山)에 백덕(百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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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산(白德山) 정상에서 본 설경.

 

백덕산(白德山) 강원도영월군평창군사이에 있는 차령산맥줄기의 이름난이다.

능선 곳곳에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 있고,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분재와 같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발 높이 1,350m. 태백산맥의 줄기인 내지 산맥(內地山脈)에 속하는 산으로

서쪽의 사자산(獅子山, 1,120m) 및 사갓봉(1,030m)과 이어진 산계(山系)에 솟아 있으며 산세는 험한 편이다.

 

 

백덕산은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이 극치라는데 ,,,,,

그리고, 

덕이 백가지가 있다고 해서 백덕산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유례가 있는 산이라고 하는데 ,,,,,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정직하게 변화하는 산이 어디 백가지  덕만 있겠는가 마는

여기의 백덕(白德)은 백(百)가지 덕(悳)이 아니라 하얀(白) 큰(德) 산이란 걸 아마도 몰랐던 것일까 ,,,,,

 

 

 

VANGELIS-Conquest of Paradise Extended

 

 

 

2017년 그야말로 본인 개인 적으로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보내며

지난 한 해를 나름대로 성찰하며 뒤돌아 보고 묶은 찌꺼기 같은 앙금을 지울 겸

2018년 벽두에 강원도 평창과 영월에 걸쳐있는 백덕산을 찾았다.

 

 

백덕산이 고도는 1,350여 m에 이르는 산의 높이고 규모로도 국내 100대 산에 드는 규모지만

산행 기점은 국도 42번 국도상에 있는 문재터널(해발 800m)에서부터 시작하므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백덕산은 앞에서도 서술했지만 봄, 여름 산 이라기보다 가을과 겨울이 어울리는 산이다.

 

 

한 번쯤 백덕산에 올라보면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이 산행코스에는 계곡이 없고 그러다 보니 식수원이 될만한 샘터도 없다.

또한 산의 구조상 산객의 갈증을 풀어줄 만한 내로라할 만한 조망 장소도

정상을 포함해 겨우 한 두 군데밖에 없다는 것도 여름산에 적합하지 않은 산이다.

 

 

다만 산의 나무 수종이 다양하여 가을이 되면 좋은 건 어느 산이던 단풍이 예쁘지 않은 산이 없을 것이고

겨울이 되면 나름대로 보여주는 설경이 아름다워 겨울산으로 인식하는 산이다.

 

 

문재를 출발하여 약 10여분을 오르면 산막작업을 위해 만든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를 가로질러 막바로 급경사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만난다.

 

 

급경사를 20여분 오르니 어느 정도 완만한 등산로가 거칠었던 숨결을 진정시킨다.

 

 

오늘 백덕의 설경은 그렇게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이곳에 눈 소식 있던 게 약 1주일 전이지만 그 눈이 쌓인 등산로에는 깊게는 무릎까지 빠진다.

나뭇가지의 상고대도 여느 유명한 산에는 버금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겨울산을 즐기기에는.....

 

 

그렇게 한참을 오르니 백덕산에서 몇 안 되는 조망터중에 하나인 헬기장에 다다른다.

오늘 날씨가 오후에 모처럼 눈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흐리고 연무현상도 있어 시야는 그다지 상쾌하지가 않다

 

 

백덕산은 공식적으로 동부지방산림청 평창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를 맞고 있는데

관리가 너무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정표는 겨우 산길을 잃지 않을 정도의 숫자만 남아있고

오히려 예전에 봤던 이정표조차도 없어져서 선등자의 발자국을 이정표 삼아 걸어야 한다.

 

 

이곳 산림청에서 평창올림픽을 위해 올림픽시설에 올인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변 산들이 관리를 못 받고 푸대접받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눈 덮인 하얀 산이 좋다.

가다 보면 길이 안 보여 헤매기도 하고 발이 무릎까지 빠져 허우적거리며 고생하지만

 

 

눈 덮인 산은 산을 찾는 이들에게 차가움 속에서 포근함을 선사하고

산을 찾는 이들은 고귀한 모습의 상고대와 백색의 세계에 끌려 이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고 산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눈 쌓인 산길을 선등자의 발자국을 이정표 삼아 따라가다 보니 조망바위에 다다른다.

날이 흐려 시야는 나쁘지만 운무사이로 아련히 보이는 먼 산의 스카이라인이 오히려 아련함을 선사한다.

아마도 마주 보이는 계곡이 관음사가 있는 백련계곡 일 것이다.

그 너머로는 아마도 멀리 치악산이 자리할 것이고 ,,,

 

 

그리고 조금 좌측으로는 내가 가야 할 백덕산이 가장 높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다녀오려던 사자산을 놓친 것이다.

사자산을 위치상 백련계곡을 바라볼 때 그 우측이 백련산 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르면서 이정표를 유심히 봐 왔는데 분명 예전에 봤던 허술하게 생긴 사자산 이정표를 보지 못했다.

아마도 등산로 재정비 과정에서 없어졌는지, 아니면 스러져 눈 속에 묻힌 건 아니었을까?

 

 

당재를 지나 계속 올라 작은 당재(운교사거리)에 다다르니 특이한 돌에 새겨진 이정표를 만난다.

전방은 당연히 백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는 비네소골을 지나 운교리로 하산하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백련계곡을 거쳐 법흥리로 하산하는 나름대로의 산행길 요충지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 먹골삼거리로 가는 길에는 고산답게 조릿대 숲길이 있고

조릿대 위로 눈이 쌓여 주변 경관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먹골 삼거리다.

진행하던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먹골재로 향하고

정상을 가기 위해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500m를 가야 정상이다.

그리고 오늘 하산 목적지 먹골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

 

 

이곳 에는 쉬기 좋은 쉼터를 재공 해주고 있고

정면 나뭇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백덕산 정상이다.

 

 

정상가는 길목의 N자로 휘어진 나무.

휜 모습이 마치 서울의 모 대학 정문 아취와 닮았다 하여 언제부턴가 백덕산의 명물이 되었다.

 

 

백덕산 정상은 자기 모습을 쉬 보여주기 싫은지 주위를 깎아질러 놓아 쉽게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하기사 쉽게 자기 모습을 허락한다면 어디 매력이 있겠는가.

힘들게 보여주는 만큼 자신도 고귀해 보이고 찾는 이도 힘들었던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리라.

 

 

드디어 백덕산 정상이다.

정상의 모습은 이름처럼 하얀 큰 덩어리를 이루고

나름대로의 널찍한 조망을 재공 하며 주변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상에 오르니 늘 그렇듯 오늘도 세상을 다 품에 안은 희열을 느낀다.
언젠가는 세상모두 내 품에 안으리라. 일도 사랑도.
이쯤 되면 가슴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 듯 ,,,

 

 

정상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저 봉우리가 1334봉 인 듯,

 

 

좌측으로는 내가 가야 할 먹골재 가는 능선길이 보인다.

 

 

그리고 주변에는 상고대가 예쁘게 핀 나무들의 모습에서 정상에 오른 성취감을 맛본다.

 

 

정상에서의 쉼도 잠시.

관음사와 신선봉을 가르쳐주는 이정표를 뒤로하고  왔던 길로 되짚어간다.

 

 

정상에서 하산길에 보이는 쌍봉.

 

 

그리고 어찌 보면 보잘것없는 상부가 꺾이어 가련해 보이는 고목.

별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저 모습도 백덕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의 일부분이기에 귀 해 보인다.

 

 

먹골재로 하산하며 좌측으로 보이는 운교리방향 모습.

 

 

능선길의 나뭇사이로 멀리 백덕지맥의 능선이 조망된다.

 

 

그리고 하산길에 마주하는 상고대핀 고목.

 

 

그리고 오늘 백덕산 하산길에서 마지막 보는 것 일 것 같은 상고대모습.

 

 

헬기장과 송수신장치가 있는  1225봉.

여기서 좌측으로 하산해도 먹골로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직진하여 진행한다.

 

 

능선길 바위에 박혀있는 공병효 추모동판이 시선을 끈다.

 

 

가파른 하산길을 미끄럼 타듯 엉덩방아 찧어가며 미끄러져 내려가다 보면 가끔 등산로 폐쇄 안내판을 만난다.

나뭇가지에 쌓은 눈은 별로 없지만 등산로에 쌓인 눈은 발목 위까지 빠지고 가끔 길이 끊기지만

가끔 만나는 저런 표지판이 내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미끄러지듯 가파른 눈길을 하산하니 먹골재 삼거리다.

 

 

먹골재 삼거리의 이정표.

여기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먹골 운교리방향으로 하산한다.

 

 

먹골재에서 운교리로 하산하는 모습.

전나무 숲사이로 쌓인 눈이 잘 다져져 미끄럼틀을 만들어 조심스럽다.

 

 

임도와 만나는 지점의 이정표와 산꾼들.

 

 

임도를 벗어나 다시 만나는 하산길은 역시 눈이 많아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산길에 만난 전나무와 소나무의 어울림.

 

 

이 마을 성황신(토지와 마을을 지켜준다는 신)을 모신  성황당(城隍堂).

철재울타리 안에 얼핏 보아 창고로 착각할 정도로 구조가 단조롭고, 안 좋은 표현으로 허접해 보인다.

보통의 성황당은 근처에 육중한 당산나무(堂山樹)가 있고 구조가 한옥 모양이 많은데 여기는 의외였다.

 

 

오늘의 날머리 먹골 마을회관을 목전에 두고 하산길을 뒤돌아본다.

겨울의 백덕산, 이름에 어울릴법한 그야말로 하얀 산의 백덕을 은근히 바랐는데

조금은 실망스러운 것을 숨길 수가 없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은 것을 그게 누구 탓 이리오.

하지만 더 실망스러운 것은

눈 쌓인 길에서 산꾼들이 안심하고 산행을 즐기는 것을 보조해 주는 게 이정표인데

아무리 겨울산 이라지만 이정표 정리가 너무 안돼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낡은 이정표는 정비차원에서 없앤 것 같은데

예전의 이정표가 반절 이상 보이지 않는다.

안전산행을 위해 조속한 재정비가 이루어 젔으면 하는 산꾼으로서의 바람이다. 

 

하지만 산꾼이 언제 누구 탓하며 산을 다닌 적이 있었나?

오늘 나를 온전히 받아준, 그래서 정상의 속 모습까지 보여준 백덕산에 감사한다.

또한, 한 해 동안 산을 다니며 무탈하게 마무리하여 여기까지 온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