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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봄의 문턱에서 겨울을 - 원주감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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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에서 바라보는 치악산 설경]


우리나라의 많은 산이 그러하듯

'감악산(紺岳山)'은 강원도 원주시충청북도 제천시의 경계에 있는 높이 945m의 이다.

일반적으로 '감악산'으로 통하고 있지만 국립지리원 지도에는 '감악봉'으로 되어있다.



감악산 자락은 민간신앙, 천주교, 불교가 한데 자리할만큼 성스러운 곳이다.

서쪽의 '신림면'은 신성한 숲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다.

남쪽 봉양쪽에는 '배론성지'가 있는데,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시 천주교인들이 생활하던 곳을 성지화한 곳이다.

그리고 감악산 밑에는 신라 고찰 '백련사'가 자리잡고 있다.

백련사는 의상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창건 시 아래 연못에서 백련이 피어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감악산이란 이름의 산지명이 참 많다.

가장 유명한 곳은 경기도 파주의 감악산,

그리고 이곳 원주의 감악산과 경남 거창의 감악산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외 합천 황매산 자락에도 감악산이 있는데

봄철 황매산 철쭉으로 진입로에 차가 많아 막힐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뒷쪽 감악산으로 오르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이곳 원주 감악산은 엄밀히 따지면 원주라기보담 충북 제천의 산이다.

최고 정상인 945m가 제천쪽에 있는데 또 다른 정상석을 원주쪽에서도 마주 보는 봉우리에 세워 두었다.

그래서 이곳 감악산은 원주와 제천에서 세운 정상석이 두개가 있는 특이한 산이기도 하다.

이름도 서로 다르게 지었는데 오리지널 정상인 제천의 감악산은 일출봉(945m선녀바위).

원주의 감악산은 월출봉(930m동자바위)이다.


산행코스 : 황둔교~693봉(능선길)~월출봉~감악산(945)~885봉~재사골재~재사동. (약 5시간 20분)


3월의 첫 날,

삼일절을 맞아 이찌감치 대문에 태극기를 달아놓고 원주 감악산으로 향한다.

봄을 불러오는 봄 마중비가 어제 낮부터 밤새도록 내리더니 새벽이되니 비가 그친다.


어제 오후에는 설악산등반이 폭설로 통재됐다는 소식도 들렸기에 은근히 설경을 기대하며 강원도로 달려왔건만

오는동안의 산야는 어제 내린비로 오랫만에 묵은때를 씻은듯 깔끔한 모습이다.

  

오늘 산행 들머리 황둔리 창촌교 건너며 보이는 풍경은 글세...

기대반, 걱정반의 기분으로 계곡길 보다는 전망이 좋을것같은 능선길로 들머리를 잡는다.


오름길 초입은 비맞은 나뭇가지들의 말끔한 모습이 늦가을을 연상시킨다.


날씨는 영하권에 바람이 어지간히 세차다.

평창 동계올림픽때 바람이 심해 시설물이 날아갔다는 이야기가 실감난다.


눈발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아직은 오름길이라서 버틸까 했지만

바람도 세차고 살짝깔린 눈밑은 얼음이어서 스페츠와 아이젠을 착용한다.


능선에 쌓인 눈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온 산을 온통 하얗게 만들고있다.


중반부를 오르니 기대했던 설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런 설경은 아마도 겨울 초반에 덕유산에서 보고 그동안 건조한 날씨때문에 

설경산행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했는데 그 모든것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그간 긴겨울동안 얼마나 목마르게 기다렸던 눈산행인지 모르겠다.


발을 옮기는곳, 바라보는곳 모두가 그야말로 설국이고,


소나무와 그사이로 보이는 설경이 한폭의 동양화요 산수화다.


가끔은 솔잎위에 내린 눈 무개를 감당못해 부러진 솔가지도 보인다.


힘든 능선길을 올라 바라보이는 조망처에서는 하얗게 눈덮힌 치악산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있다.

 

좌측을 보아도, 우측을 보아도 하얀 눈을 뒤집어쓴 나무와 산야가 감탄스럽기만하다.


먼산 치악산 능선을 감상하며 한참을 넉놓고 바라본다.


감악산 오름 능선길은 비알진 경사가 심하고 쌓인눈으로 등반로까지 안보여 애를먹는다.


워낙 심한 경사도에는 밧줄 하나 겨우 보이고

그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는 급경사가 힘겹기만하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놓칠 수 없는건 주변의 설경이다.


능선길의 중반을 넘어 이어지는 1,2,3봉의 오름길은 모두가 외밧줄에 의지하여 네발로 기어야했다.


그렇게 힘들어도 좋은 것은 간간이 보여주는 주변설경이다.


만약 눈이 없었다면 밋밋했을 주변 풍경이 눈쌓인 모습 하나로 이렇게 딴세상을 만든다는게 신기하다.


누운 나무도 바위도 그사이에 걸처있는 외줄까지도 신비스럽다.


그동안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겨울산행을 오늘에야 제대로 보상받은 기분이다.


약 2주전에는 설경이 그리워서 이른새벽 차를 운전하여 선자령을 간적이 있었다.

하지만 선자령 주차장에 도착하여 바라본 매마른 황무지같은 선자령은 실망 그 자채여서 그냥 돌아섰었다.


가파른 절벽길은 계속 이어지고 산행속도는 더디기만하다.

산행이 힘들어 발길이 더디지만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설경을 놓칠 수없어서 사진으로 담다보니 

산행시간보다 사진찍기위해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것같다.


 
















어떻게 1,2,3봉을 넘었는지 모르게 주변경치에 홀려 한참을 오르니 감악산 정상비가 반긴다.


감악산정상비가 있는 이 봉우리는 월충봉(930m)이고 정상비는 원주에서 세워 놓은것이다.


월출봉에서 보는 일출봉(945m), 감악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주변에 나무가 많아 먼곳까지는 조망되지 않았다.


정상부 능선에 올라서는 가끔 이정표가 보이고,


이정표의 크기도 모양도 모두가 제각각이다.


 

다행인건 원주와 제천이 한곳에 이정표를 안세우고 적당히 띄워서 세운게 그나마 다행이다.


오전에 흐리던 하늘은 시간이 흐르며 간간이 맑은 푸른 모습을 보여주기도한다.


제천에서 세운 일출봉 감악산 정상 삼거리 갈림길의 이정표.

여기도 약간 평평한 공간이 있지만 눈이 너무 많이쌓여 등반길을 제외하고는 진입하기가 쉽지않다.


정상 주변에서도 쉰다기 보다는 주변 풍경 담기가 더 바쁘다.


하얀 나뭇가지 사이의 하늘도 처다보고,


올라온 등반길의 모습도 담아본다.


쑥스럽지만 정상 인증사진도 부탁해보고,


앞으로 가야할 능선길의 모습도 담아본다.


그렇게 설경에 취해 재사골재로 향하며 주변풍경을 담아본다.


 






오늘 블로그에 올린 사진은 전체 찍은 사진의 1/3정도 밖에 되지않는다.

그중에서 나 개인적으로는 이 사진이 제일 맘에들어 컴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았다.




















능선길을 따라가다보니 오늘 등반길에서 유일한 전망대를 만난다.

여기서 쉬며 점심겸 간식과 따뜻한 물로 목을 축이며 주변 경관 조망에 푹 빠저본다.






설경에 취해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 시간 반을 걸으니 재사골재 사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진행방향으로 직진하여 석기암봉까지까서 재사동으로 하산하면

감악산의 더 멋진 풍경도 담을 수 있을텐데 산악회를 이용하다보니 하산시간에 쫓기고있다.


여기 재사골재에서 재사동으로 하산 하는것도 거리약 5Km로 한시간 이상 내려가야한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마치 모자이크작품처럼 보인다.


하산길에는 울창한 밀림같은 풍경도 나타나고,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아 산등성이로 우회하기도한다.


산길을 빠져나와 마을길로 들어서며 잠시 뒤를 돌아본다,


뒤를보니 오늘 넘은 감악산능선이 마치 히말라야의 능선을 연상 시킬만큼 하얀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날머리를 빠져나오는 개울가에는 버들가지가 봄의 전령인양 보드러운 솜털을 자랑하며 나를 반긴다.


오늘 감악산등반이 결코 쉬운산행이 아니였지만 오늘 힘들었던것은 물론이고

겨울동안 눈산행에 대한 갈증까지도 확 풀어주는 기대 이상으로 큰 기쁨을 맛보았다.

언제나 그러하듯 오늘 나를 소중하게 품어준 감악산에 감사하며

감악산에서 바라본 치악산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치악산의 설경산행을 계획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