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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방태산 지당골의 가을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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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보고 싶었다.

               가을을 만나고 싶었다.

               가을하늘을 보고 싶고, 가을향기를 맡고 싶고, 가을바람을 만지고 싶었다.

               그래서 산을 찾아갔다.

               거기에는 하늘도, 산도, 나무도, 그리고 계곡을 흐르는 물도 있을 테니까.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거기 있었다.

               전에는 하늘에 구름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늘에는 고운빛갈이 있고, 그림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 하늘은 어느 화가의 수채화 보다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산에는 향기가 있었다.

               맛있게 익어가는 그 무엇보다도 맛깔스러운 향기다.

               그 향기는 바람을 타고 와 내 몸을 휘돌며 육감을 진동시킨다.

               그 바람을 두 손 다소곳이 모아 만져 본다.

               부드럽고, 매끄럽고, 깃털보다도 더 가벼운 바람은 가을 향기를 전해주고 있다.

 

 

              

              계곡을 만난다.

              그 계곡은 맑고 투명한 생명수를 쉼 없이 내뿜고 있다. 

              그 생명수는 일정한 모양도, 정해진 길도, 방향도 없이 그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또한 그 생명수는 나름의 소리를 '내며 내가 여기 있소'하고 자기 존재를 나타내는 듯하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생명수의 소리를 만져본다.

               그 소리는 내 두 손에 모아졌다 슬그머니 빠져 어디론지 날아가 버린다.

               마치 처음 만난 여인이 처음 잡아보는 손이 수줍어 손을 감추듯 .....

               그 촉감은 참으로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나를 감싸듯 휘돌아 불던 바람은 어느새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로이 지나며 나를 부른다.

              그 바람에 이끌려 숲 속으로 바람을 잡으러 쫓아가 본다.

 

 

 

 

어느덧 10월의 중심에서 가을도 그 중심에 서있는 듯하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은 조바심에

밤잠을 설치고 이른 새벽 가을을 찾아 무작정 떠나본다.

 

 

 

 

아무리 날자를 짚어봐도 오늘이 아니면 이 가을을 영~ 못 볼 것 같은 건

내 욕심일까? 조바심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선입견일까?

 

 

 

 

어쨌거나 나름대로 가능한 멀쩡해 보이려고 등산복에

등산장비를 꾸리고 스틱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틱은 요즈음 절룩거리는 내 다리를 대신해 줄 가장 소중한 품목이 되었다.

그렇게 복장과 장비를 준비하고 나서니 제법 멀쩡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 오를 수 없는 방태산을 바라보며 지당골 숲체험코스 약 2km를 걸는다.

 

 

 

 

지당골에는 벌써 가을이 무르익었고 숲과 계곡은 힐링하려는 산객들과

지당골의 가을을 담으려는 진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단폭포]

그 진사들 틈바구니에서 멋쩍게 디카도 아닌 폰카를 디밀어 본다.

 

 

 

 

언젠가부터 하늘을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당골에서 보는 하늘에는 색갈이 있고, 그림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그 그림은 시네마 영상으로 보는 이상의 파노라마가 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숲과 나무가 그 아래는 계곡이

시원스레 불어주는 바람과 하나가 되어 멋진 하모니를 자랑하고 있다.

 

 

 

 

무거운 발걸음을 스틱에 의지하여 나름대로 이 가을을 즐기며,

그래도 정말이지 집을 나서기를 잘했다고 나 자신에게 격려해 본다.

 

 

 

 

아래 사진들은 더 설명 없이 그냥 내가 본 것 들을 폰카에 담아서 나열해 봅니다.

 

 

 

 

 

 

 

 

 

 

 

 

 

 

 

 

 

 

 

 

 

 

 

 

 

 

 

 

 

 

 

 

 

 

 

 

 

 

 

 

 

 

 

 

 

 

 

 

 

 

 

 

 

 

 

 

 

 

 

 

 

 

 

 

 

 

 

 

 

 

 

 

 

 

 

 

 

 

 

 

 

 

 

 

 

 

 

 

 

 

 

 

 

 

 

 

 

 

 

 

 

 

 

 

 

 

 

 

 

 

 

 

 

 

 

 

 

 

 

 

 

 

 

 

 

 

 

 

 

[마당바위 폭포]

 

 

 

[고들빼기]

 

 

 

[하얀 구절초]

 

 

나름대로 가방을 꾸려봅니다.

여행가방도 아닌 당일치기 산행인데 이것저것 챙길 게 은근히 많네요.

아직 불완전한 다리를 재수술하기 위해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10~15일 정도 병원신세를 져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 모모방도 주인 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맞아야 될 것 같습니다.

혹시 방문하시어 댓글을 남겼는데도 답글이 없다고 섭섭해 말라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다른 모습으로 병원을 퇴원할 때는 이 가을이 저만치 멀리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찾아본 방태산 가을의 하루는 저에게 특별한 행복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