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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국립공원

이야기가 있는 자줏빛 도는 바래봉 개꽃(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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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랫듯이 계획에 없던 역마기가 발동하여 5월 5일 새벽 주섬주섬 꾸린 배낭을 등에 맨 나는 어느새 영리산악회 버스에 그것도 맨앞 진행요원 옆에 앉는 행운을 얻었고 내가 탄 버스는 지리산으로 달리고 있었다.

오늘 산행 행선지는 지리산 바래봉,

지금 철쭉제가 한창인 운봉읍 행사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바래봉을 들른후 다시 철쭉행사장인 용산주차장으로 원점회귀 하는 코스다.

기왕이면 부운치와 세걸산을 거쳐 정령치 휴계소까지 이어지는 등산코스였으면 좋았을텐데 계획에 없던 지리산산행이라 짧은 코스지만 만족 하기로한다.


바래봉 :

바래봉(1,165m)은 ‘발산(鉢山)’이라고도 하며 봉우리 모양이 나무로 만든 승려들의 밥그릇인 ‘바리’와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속칭 '삿갓봉’이라고도 하는데, 삿갓봉은 승려들이 쓰고 다니던 삿갓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바래봉을 오를때마다 느끼지만 밋밋한 까까중 머리를 닮은 바래봉이 철쭉마져 없었더라면 별로 볼품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래봉 철쭉 군락지는 4월 하순에 해발 500미터에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5월 중순경 해발 1,100여 미터 정상의 철쭉이 만개할 때까지

약 한 달간 능선을 따라 지속적으로 피어 장관을 이룬다.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는 바래봉 철쭉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등산객과 관광객을 이끌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1995년 봄 운봉애향회와 남원시 운봉읍 주최로 시작하여 매년 이 곳에서 철쭉재가 개최 되고 있다.
 


산행일 : 2017년 5월 5일 (금)    흐리고 낮부터 비.

산행길 : 들머리 - 용산주차장,      날머리 - 용산주차장. (원점회귀)

            * 운봉읍 용산리 주차장 - 지리산허브밸리 - 지리산자생식물 환경공원 - 운지사 - 부처님 진신사리탑 - 능선 -

              바래봉 삼거리 - 바래봉 - 바래봉삼거리 - 산철죽군락 - 약수 - 능선 - 용산주차장

산행거리 : 약 10Km

산행시간 : 4시간 (점심, 휴식포함)

산행인원 : 홀로


행사장 주변의 저수지가 있는 소공원 모습.

멀리 뒤로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서울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약 4시간 반을 달려와 이곳 운봉읍 용산리 주차장에 나를 쏟아놓는다.

어제 이곳 일기예보를 검색 해보니 오후 늦게 비가 5m/m내외로 내릴거라 했는데 벌써부터 잔뜩 흐린 날씨가 아무래도 심상치가않다.


행사장을 조금 오르면 만나기 시작하는 산철죽군락,

처음 선배들을 따라서 지리산을 접할때는 그저 산세가 좋고, 웅장하고, 엄마의 품처럼 푸근하며, 걷는 산길의 느낌이 어느 산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지리산만의 특별함을 잊지 못해서 찾았으나 

지리산을 몇번 접하다보니 우리의 근대 역사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아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것을 조금씩 알고부터 더 애착이 가는 산이다.  


바래봉 산철쭉군락 역시 자연적으로 생긴곳이 아니라 우리 인간에 의해 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 이기에 바래봉을 접하는 감회가 다르다.


여기에 '모' 신문 환경전문기자인 조흥섭 기자의 저서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에서 부분 발췌하여 소개한다.

(조흥섭기자는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통찰력과 이슈가 있는 기사와 칼럼을 써온 우리나라 환경전문기자 1 세대이다.)


'바래봉 산철쭉 군락의 기원은 1968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도 면양을 길러 농가소득을 올려보자고 말한 데서 비롯된다.

1972년 운봉에 한국·호주 면양시범농장이 국립종축장의 분소로 설치되면서 바래봉 일대는

가축몰이 개가 3,000~4,000마리의 양떼를 이끄는 '한국 속의 오스트레일리아'로 바뀌었다.

 당시 '털깎이 달인’으로 불리던 한종식 가축유전자원시험장 반장은 “5월부터 10월까지 양들을 바래봉 일대에서 방목했는데,

양들이 다른 풀이나 나무는 모조리 뜯어먹었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 않아 철쭉만 홀로 살아남게 됐다”라고 회고했다.'


'산비탈을 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획 속에 다수의 양을 몰아넣어 관목과 풀을 모조리 뜯어먹게 한 뒤

발굽에 파인 곳에 목초 씨앗을 뿌리고 다음 구획으로 옮겨 가는 '제경법(蹄耕法)’을 처음 도입했다.

양들의 발굽 아래 바래봉 일대는 철저하게 파괴됐다.

지리산이 1967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고 1971년 관리사무소가 설치됐지만, 양떼를 위한 도로는 공원 안인 바래봉까지 아무런 차질 없이 건설됐다.

양들에게 '선택받은’ 산철쭉은 목초지에 뿌린 비료가 풍부하여 경쟁자가 없는 양 이동로를 중심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부터 경제성이 떨어진 목양 방목은 중단되었다. 하지만 점차 무성해진 산철쭉은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처음부터 철쭉 보전에 나선 것은 아니다. 이병채 남원문화원장은 “바래봉에는 현재의 산철쭉 말고도 고산지대에 사는 철쭉도 많았지만

1980년대 말 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캐가는 바람에 사라졌다.

1명이 구속되는 등 철쭉 도채 파문이 있고 나서 산악인과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산철쭉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라고 회고했다.'


그렇게해서 1995년부터 바래봉 철죽재가 시작 되었단다.


오늘 산행은 원전회귀 산행이기에 철죽행사장을 지나 산판길(임도)은 내려올때 들리기로하고 우측 운지사로 접어든다.

 

운지사 입구에 들어서니 엊그제 부처님 오신날 불을 밝혔던 길게 늘어선 연등과 함께'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현수막이 나를 반긴다.

'하루하루가 좋은날'이 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은데 맞는지?


운지사 전경.

'대한불교 조계종 재17교구 말사'라는것 외에 별로 알려진게 없는 운지사는

아담한 법당과 작지만 특이한 육각 범종각에 요사채가 전부 라고 핳 수 있는 작으면서 꾸밈없이 아담한 사찰이다.


운지사에서 바래봉으로 오르는 산길 옆에 새로 꾸며놓은듯한, 기초석위에 불상이 삼층탑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석가모니 진신사리탑이 보인다.


석가모니 진신사리탑 옆에는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공덕비도 함께 자리하고있다.



운지사경내를 벗어나 접어드는 등산로는 곧게 자란 울창한 소나무숲이 신선한 솔향을 선사하며 산객을 반긴다.

산길이 워낙 가파르고 숲이 깊다보니 이 길을 이용하는이는 별로 없는듯, 한가로이 나홀로 숲의 향기를 만끽하며 걷는다.


간간이 소나무숲 사이로 철쭉이 소나무숲의 단조로움을 보상하는듯 연분홍꽃을 피워 힘들고 지친 산길의 지루함을 덜어주고있다.


운지사를 지나 내내 이어지는 가파른 소나무숲의 지름길을 온 몸에 땀을 흠뻑 흘리며 40여분을 오르니 바래봉가는 상판길과 만난다.


이곳 등산로는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해 길이 넓어서 등산로라가 보다는 상판길(임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것같다.


아직 덜핀 철쭉사이로 남원시가 보이는 쉼터에서 바라본 풍경.

임도를 조금더 오르니 점심먹기좋은 쉼터가 나오고 이곳에서 쉴겸 점심을 먹으며 주변 경치를 감상한다.


진짜배기 철쭉은 산에 가야 많이 볼 수 있고, 보통 우리가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종류는 산철쭉(영산홍 포함)이다.

산철쭉은 군락을 이루는 편이고, 철쭉은 드문드문 홀로 자라기 때문에, 상품성(...)이 안 나와 보통 철쭉 축제라고 하면 산철쭉 군락 쪽에서 많이 열린다.


그간 잔뜩 찌프리고있던 하늘에서는 옷 젖기 딱 좋을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주위의 시야도 나빠져서 먼 풍경은 감상할 수 없지만 그 덕에 가까이 있는 철쭉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등산로에서 산철쭉군락지로 갈 수 있는 삼거리의 이정표.

이쪽 산철쭉군락지는 내려오는길에 들리기로하고 바래봉 가는길로 직진한다.


주등산로에서 보이는 바래봉.

정상부분에는 큰나무 하나없이 밋밋해 보이는, 마치 옛선비의 삿갓을 닮았다.


바래봉 삼거리의 이정표.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까지는 약 200m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있다.

30여년전 이곳에서 뛰어놀았을 양떼와 운좋게 살아 남이있는 철쭉을 생각하니 자연의 조화가 미묘한 것 같다.


바래봉 정상석이 있는 전망데크.

그 전망데크에 이번 있을 대통령을 뽑기위한 투표소마냥 산객들이 바래봉인증사진을 찍기위해 줄지어 섯다.


바래봉 인증사진도 좋지만 그 사진 한 장 얻자고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뒤로가 정상석만 폰카에 담았다.


바래봉 정상은 지리산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손꼽힌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전개되고 굽이치는 암봉이 공룡등을 연상케한다.

하지만 오늘은 내리는 비와 운무로 그 멋진 파노라마를 볼 수 없어 아쉬울뿐.


주등산로에서 만나는 샘. 식수로 가능하고 물맛도 깨끗하고 좋았다.


이곳 바래봉 부근은 철쭉의 개화가 약 60 ~ 70% 정도라서 만개는 5월 15일경이 될것같다.


자주밫 철쭉과 흰 조팝나무꽃의 조화.


이곳에 조팝나무가 자라는것은 이곳이 자연의 지리산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증거란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라 하고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하여 '개꽃'이라 불렀단다.

개가 사람말을 알아듣는다면 섭섭하다고 하겠다.


하산길에 비는 점점 굵게 내리고 가시거리는 점점 짧아져 지리산 주능선을 볼 수 없는게 아쉽다.

 



어느 시인은 '참꽃의 연분홍은 처녀의 젖꼭지 같고, 더 짙어져 자줏빛 도는 철쭉은 기녀의 젖꼭지 같다'라고 표현하기도했다.







산철쭉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있는 조팝나무.


오구균 호남대교수는 “산철쭉은 원래 중부 이남지역의 산자락에서 주로 자라며 고산의 능선에서 자랄 나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람 센 능선에는 산철쭉보다는 철쭉과 진달래가 잘 자란다.








산철쭉 군락 사이사이에는 이미 바람 센 능선을 좋아하는 노린재나무, 조록싸리, 고광나무, 떡버들, 쇠물푸레나무, 병꽃나무, 조팝나무 등이 돋아나고 있고,


이 산의 최종 주인인 신갈나무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목양이 이룬 대규모 산철쭉 군락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동적인 모습도 가치가 크다.

이처럼 이야기가 있고 학술적 가치도 있는 숲이, 산철쭉만 잔뜩 있는 흔한 숲보다 격조 있는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홍섭 기자)


오늘은 산행도 짧고 낮 부터는 비도 내려 가시거리가 짧아 많은것은 보지 못했지만 역마살에 생각지 않게 접한 바래봉 산철쭉이 마냥 반갑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이 꽃들이 다 지기전에 바래봉능선과 덕두능선을 잇는 산행을 하고싶다. ^^**^^




Love / Guido Negrasz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