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 근교산

한강의 품에 안긴 예봉산~운길산

728x90


2월의 첫주 일요일.

겨울이 가고 봄의 시작을 알린다는 입춘이 왔건만 입춘대길이 무색하게

연일 한파를 몰고오는 동장군의 여세가 온 세상은 물론이고 우리 몸과 마음까지도 꽁꽁 얼려놓고있다.


이런 저런 일상의 바쁜 이유로 두 주째 산악활동도 못해서 2월 첫주 토요일에 눈꽃이 멋진 지방산행을 생각 했었지만

그나마도 여의치가 못해 일요일 오전 미사를 다녀와서 부리나케 배낭을 꾸려 무작정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며 시간을 보니 10시가 넘어 11시를 향해 내닿는 시계바늘처럼 머리도 바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집을 나와 전철역에 다다르니 머리는 더 복잡해진다.

이 역에서 탈 수있는 노선은 공항선, 경의선, 5호선, 6호선으로 4개노선.

어느 노선을 타도 근교 산으로 갈 수있는 노선들이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 갈 수있는 산이 엄청 많다는걸 새삼 느낀다.


결론은 이 시간에 움직일 수있는 거리와 시간을 감안하여 경의선 용문행 열차를 타고

팔당역에서 하차하여 예봉산과 운길산을 연계하여 등반하기로 한다.


팔당역에서 하차하니 역 뒷편으로 예봉산이 고개를 빼꼼히 내놓고있다.

시간은 12시반,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해 지기전까지는 하산을 마쳐야하는데

행여 늦으면 렌턴을 켜고 하산 할지도 모르겠다.


팔당역 주변에는 옛 철길을 이용하여 만든 다산길 둘레길 안내판도 보인다.


팔당역을 조금 벗어나 걷다보면 나타나는 예봉산입구 알림석,

여기서 좌측의 철길 굴다리 아래로 직진하면 예봉산 입구가 나타난다.


예봉산 들머리를 향해 가다보니 새로 생긴듯,

전에 못보던 예봉산 정상에나 있어야 어울릴것 같은 표지석이 길 옆에 서있다.


본격적인 예봉산 등반 시작은 여기서 부터다.

예봉산 2.3Km 안내판과 함께 멀리 뾰죽한 예봉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들머리의 산길은 소나무 사이에 감참나무와 신갈나무들이 어우러진 흔히 일반 산에서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첫 오름길은 햇빛이 많은 남서쪽 능선이어서 그간 약간씩 내린 눈이 별로 쌓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온은 한 낮에도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 바람도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이하 일것같다.


순탄 한것같던 오름길은 어느덧 고바윗길로 변하고 언제 생겼는지 데크계단이 벌써부터 지치게만든다.


계단을 중간쯤 오르니 좌측으로 팔당대교와 하얀 얼음을 품은 한강 넘어로 하남시가 나무숲 사이로 조망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나무 계단길.

오랫만에 나선 예봉산이 이렇게 가파렀었나 새삼 힘들게 느껴진다.


그 계단을 힘들게 오르니 시야사 학 트인 조망대를 만난다.

길게 좌우로 늘어선 한강 넘어로 중앙의 팔당대교와 하남시가 한층 더 선명하게 보이고,


좌측으로는 검단산이 뒤의 남한산과 용마산을 배경으로 서있고,


우측으로는 하얀 얼룩이진 한강 넘어로 하남시는 물론이고 구리시까지 조망된다.


예봉산 정상에 가까워지니 낮설은 모노레일이 예빈산 직녀봉을 배경으로 설치되어있다.


조금 더 오르니 예봉산 정상 부근에 어림잡아 굉장히 큰 건축물이 한창 공사중이다.

공사안내문을 보니 '국토교통부'(?)에서 발주하여 한 건설회사가 짖는 '강우레이더관측소'란다.


그 공사현장 바로 옆이 예봉산 정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예봉산 정상 바로옆이 공사현장이다.


'예봉'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영서지방을 오가는 선비들이 한양을 떠날 때

삼각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임금에게 예()를 갖추어서 유래 되었다고 전해진다 


예봉산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좌측으로 오늘 가야할 운길산이 보이고 멀리는 용문산 지역이..

그리고 그 사이로 북한강이 좌우로 걸쳐있고 우측애서는 남한강이 하얗게 굽이쳐 걸쳐있다.


예봉산 까지는 늦은시간 이지만 사람을 만날 수 있었는데 적갑산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사람이 아예 안보인다.

아마도 예봉에서 운길로가는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추운날씨도 한 목 거들어 긴 산행을 안하는것같다.

예봉산 정상에서의 쉼을 뒤로하고 계속 이어지는 산길은 나뭇가지에는 쌓여 있지 않으나

등반로에는 그간 간간이 내린 눈이 쌓여 빙판길을 이루고있다.

여기서 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반을 계속한다.


예봉산을 곤두박치듯 내려와 적갑산으로 오르다보면 만나는 행글라이더 활강장이다.

활강장 넘어로 보이는 하얀 얼음을 이고 흐르는 한강의 모습이 대단해보인다.


활공장을 뒤로하고 적갑산으로 향하는 길목의 갈림길 이정표와 돌탑.


예봉산을 내려와 적갑산으로 오르는길에는 제법 많은 잔설이 쌓여 겨울산 분위기를 북돋는다.


적갑산이다,

예봉산과 운길산 사이의 560m로 비교적 높지 않은 산 이지만

예봉산과 운길산 사이의 결코 쉽지않은 깔닥을 가지고 있어 중요한 산행기점이 되고있다.


적갑산에서 예봉산을 바라보며 진행하는 등반로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다.

이곳을 지나면 예봉산과 운길산구역을 구분하는 새재고개로 내려가는 깔딱고갯길이다.


적갑산에서 곤두밖치듯 깍아지릉 비얄길을 내려오면 만나는 세재고개 사거리다.

좌 우로는 도곡리와 진중리로 연결되는 임도가있고 그길을 가로질러 약 4Km정도에 운길산이다.


새제고개를 지나 운길산 방향으로 접어들면 제법 평탄한 길을 만나지만 이것도 잠시,


야트막한 고개길로 나무계단이 끝이 안보인다.


그렇게 작은 산 하나를 넘나싶더니 저 아래 계곡넘어로 운길산이 빤히보인다.


빤히 보이는 운길산을 향해 오르니 운길산 약 900m 전방이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여기서 부터는 정말 인내심을 요구하는 구간이다.

찬 날씨를 등에업고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은 살을 애이는듯하고

사진을 찍기위해 장갑을 벗었다 끼었다하던 손은 손끗마디의 감각이 사라진지 오래다.


운길산 전방 약 400m의 이정표.


이 지점 부터는 막힌 바위로 등산로는 사라저 바위를 기다시피 올라야 하고,


그렇게 연속되는 바윗길을 헉헉대며 오르면 길이 조금 보이는듯하다가 다시 사라진다.


그렇게하여 능선을 오르니 평평한 길고 잠시,


다시 가파른 데크 계단길이 나오고,


그 계단을 지나니 이번에는 몸 하나 겨우 빠져나갈 수있는 협곡이 앞에 버틴다.


그 협곡을 빠져 나오면 다시 이어지는 바윗길,

발판삼아 설치한 쇠 구조물울 힘겹게 밟고 올라서야한다.


그렇게 지나는 400m가 이럴때는 왜 그리 멀고 힘든지,


그렇게 한 고비 바윗길을 올라서니 비로서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운길산을 오르기위한 마지막 고비인듯 싶은 데크계단을 만난다.


그렇게 400여m를 힘겹게 오르니 눈앞에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운길산 전망테크가 시야에 들어온다.

 

운길산(610m)이다.

'운길'이란 이름은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서 멈춘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서 바짝 언 얼굴과 손을 녹여가며 주변 경관을 보며 잠시 쉬어간다.

팔당에서 여기까지 약 4시간이 걸렸다.

미끄러운 길을 감안할때 과히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운길산 정상에서 보는 북한강과 양평교의 모습이다.

여름에는 우거진 숲으로 인해 시야가 안보이지만 지금이 겨울이다보니 이정도 보인다.


운길산에서 하산하는 길은 두갈래다.

하나는 운길산역으로 바로 내려가는길로 한시간 정도면 되고,

다른하나는 수종사를 들리면 거리도 1Km정도 길어지며 시간도 수종사관람 포함하여 한시간 반 이상걸린다.

나는 오늘 비록 추위에 애를 먹었지만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의 모습을 놓칠 수없어 수종사로 향한다.


수종사의 뒷문 역활을하는 출입구로 들어선다.


그 뒷문으로 들어서면 먼저 보이는 경전전,


그리고 요사채와 다실이 있는 수종사 내부모습,

수종사는 조선 세조 5년(1459)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며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다.

좌측 다실에는 무료로 제공하는 따끈한 차를 마실 수 있지만 시간상 그냥 지나친다.

 

수종사 부도와 팔각5층석탑.

부도는 세종21년 왕실의 명으로 제작되어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157호로 지정 보호되고있고,

팔각5층석탑은 성종 23년(1493)에 건립되었고 인조 6년(1628)에 중수되었으며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22호로 지정되어있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양수리의모습,

 풍광은 더 없이 빼어난데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솟아 있고,

남한강으로 합류하기 직전의 북한강의 물길이 합쳐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진 두물머리의 모습.

이 장쾌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곳은 이곳 말고는 더 없을것 같다.

한강의 흐르는 모습을 보면 마치 운길산과 예봉산을 휘돌아 감아 흐르는 모양세이다.

이 모습을 보기위해 혹한의 추위도 아랑곳하지않고 팔당에서부터 5시간의 산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나보다.


수종사 범종각과 수령 약 500년의 은행나무 보호수.


북한강을 배경으로 500여년을 살아온 은행나무 보호수.


수종사를 내려오며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의 모습을 한번 더 눈에 담아본다.


수종사에서 한참을 내려오면 만나는 수종사 일주문.

다음달 정월 보름이 지나면  동안거동안 바깥 출입을 금하고 수행 정진하던 많은 승려들이 이 일주문을 나설것이다.


오늘 예봉산 ~ 운길산산행은 여기까지다.

오늘 날씨는 근래에 드물게 추웠고 산행 시작 시간도 늦어서 염려스러웠지만

대신 예봉산과 운길산을 거의 혼자 전세낸것처럼 나홀로 활보한 기분좋은 산행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를 받아준 예봉산과 운길산에 감사하며 또한 오늘 수고한 나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오늘 산행을 통해서 여러 이유로 안될 걱정거리보다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것에 감사한다. ^^**^^


 










    
   지금 내 모습이 나이고, 내가 가진 건 영혼 뿐이에요